논문 데이터 조작...


1명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몇 천명을 죽이면 영웅이던가.

만약 자신을 개인적으로 속였다면 사기꾼이라고 욕할 사람들이

국가와 세계를 속인 자를 두둔하고 있다.

혹자는 학계에서의 논문 데이터 조작이 관행이라며 기회를 더 주자고 하는데

이는 도덕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주장이다.

원천 기술의 존재 여부는 두번째 문제이고,

조작을 스스로 시인한 상황에서 그 책임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겁다.

'인위적 실수'라는 어처구니 없는 문장으로 '조작'이라는 표현을 순화시키는

그의 태도에서 관용과 용서는 이미 물건너갔다.

정작 기자 회견에서 눈물 흘려야할 사람은 바로 그였다.


나는 대학원에 가지 않는다.

'박사'라는 호칭이 한의원 운영에 도움되겠지만

단지 그 목적으로 대학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

'석사'와 '박사'를 취득하는 열정을 진료에 쏟고자 한 것인데

그 덕에 여러 책들이 출간되었으니 '박사' 칭호보다 영광스럽다.

그런데 내가 석사, 박사 욕심을 접은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한의학 학위 논문에 단골로 등장하는,

'백서白鼠 (흰 쥐)에 무슨 한약재를 투여한 결과'를 나는 다루고 싶지 않았다.

논문 준비에 적지 않은 노력과 비용이 소모된 상황에서

학위 통과에 만족스럽지 못한 데이터가 나오면 어찌할 것인가.

분명 데이터를 왜곡, 조작하고픈 욕심이 생길 것이다.

논문의 데이터 조작이 관행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러한 욕심을 이겨낼 사람이 흔치 않음을 밝힌 것이리라.


관행화 된 데이터 조작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던 나는

황우석 사태가 처음 벌어졌을 때 이를 염려했었다.

염려가 현실이 되어 버린 지금, 관료주의적 사고를 지닌 학자가 무섭다.

명성과 지원을 얻고자 논문 데이터를 조작한,

그 만용이 무서운 것이다.


by 손영기 | 2005/12/26 17:02